'낙원의 밤' 전여빈 "누아르의 변곡점 역할, 놓칠 수 없었죠"
'낙원의 밤' 전여빈 "누아르의 변곡점 역할, 놓칠 수 없었죠"
  • 장한별 기자
  • 승인 2021.04.24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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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낙원의 밤' [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 '낙원의 밤' [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의 마지막 반전이 '낙원의 밤'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계기였죠"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영화 '낙원의 밤' 주연 전여빈은 어렸을 때부터 누아르 영화를 좋아했다고 했다. '영웅본색', '무간도' 같은 홍콩 누아르 영화 '찐팬'(진짜 팬)이라고 덧붙였다.

'낙원의 밤'은 한국형 누아르를 대표하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 9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전여빈은 라이벌 조직을 피해 제주도에 잠시 머물게 된 범죄 조직원 태구(엄태구)를 마주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여자 재연을 연기했다.

재연은 누아르에서 보기 드문 여성 캐릭터다.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나 가족도 아니고, 조직에 속해있는 인물도 아니다.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영화 소개처럼 재연은 태구와 함께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어렸을 때부터 누아르 영화를 재밌게 봤어요. 나도 멋진 주인공처럼 총도 쏘고, 전우애도 불태우고 싶다는 꿈이 있었죠. 박훈정 감독님이 대본을 주셨는데 처음에는 재연이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내가 생각한 멋있는 부분도 없고요. 그러다 마지막 장면을 딱 봤죠. 전통 누아르의 변곡점이 되는 인물인 재연이가 될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전여빈의 바람대로 영화에는 재연이의 멋진 총격 장면이 있다. 이를 위해 전여빈은 촬영지인 제주도에 도착한 직후 줄곧 총을 항상 지니고 다니며 총의 무게에 익숙해지고 자세 연습을 했다고 했다.

전여빈은 "처음 총격 연습을 할 때는 소리랑 반동이 너무 커서 너무 놀랐다.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근력운동도 했다"며 "총격 장면을 찍고 나니 손가락에 멍이 들었다. 집에 갈 때는 팔다리가 후들거려서 걷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재연이 총을 쏘는 장면에는 감정이 배어있다. 재연은 어렸을 때 가족을 처참하게 잃었다. 전여빈은 총을 쏠 때 재연의 이런 감정이 느껴지도록 눈빛에 집중했다고 했다.

"재연은 가족을 처참하게 죽인 사람들을 죽이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요.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도 그때의 충격 때문이거든요. 재연에게는 중요하거나 두려운 일이 없죠. 아마 모든 시간을 무기상인 삼촌에게 배운 하나, 총을 쏘는 데 썼을 거예요. 그래서 재연이가 총을 쏠 때는 눈빛이 중요해요. 반동이나 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불꽃처럼 뿜어져 나오는 그 눈빛이요."

전여빈은 또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재연과 태구의 관계라고 했다. 태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재연은 시종일관 시크하다. 재구 앞에서 거리낌 없이 옷을 갈아입고, "나랑 자고 싶냐. 닳는 것도 아닌데 상관없다"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두 사람은 영화 속 흔히 등장하는 남녀 관계의 그것과는 다르다.

"감독님이 태구와 재연이 어떤 관계냐고 물으셨는데 연애 감정은 아닌 것 같고, 동료애, 인간에 대한 사랑 같다고 말했어요. 동병상련, 측은지심 이런 감정들의 총집합 같았죠. 감독님도 맞다고 하셨어요. 태구는 가족을 잃은 재연에게서 자신의 누나와 조카의 모습을 보고 재연 역시 태구에게 자신을 투영시킨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두 사람의 관계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지 않았나 싶어요."

전여빈은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낙원의 밤', '빈센조'와 함께 전작 '멜로가 체질'이 넷플릭스에 올라가면서 해외 팬들도 많이 생겼다며 웃었다.

전여빈은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친구들이 제 연기를 본 부모님이나 남자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전해준다"며 "예전보다 많은 분이 내가 세상에 내놓은 작품을 보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느낀다"고 답했다.

전여빈은 자신의 인생 캐릭터로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2017)의 영희를 꼽았다. 데뷔 이후 수년간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매던 그의 배우 인생에 동아줄이 돼 준 작품이라고 했다.

"저한테 기회가 너무 없었을 때였어요. 감독님께도 이 작품하고 나면 배우로서 꿈은 이룬 거니까 다음 작품을 못 하게 돼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했었어요. 그런데 이걸 통해서 또 배우 일을 할 수 있게 됐죠. 그래서 너무 소중하고 고마워요."

최근 전여빈은 며칠 밤을 새우며 촬영에 임할 만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7개월 넘게 이어진 '빈센조'의 마지막 촬영을 끝냈고, 차기작도 정해진 상태다.

전여빈은 "아직은 작품을 보면 '하고 싶다'나 '물러서고 싶다'는 마음이 단숨에 정해진다. 마음 가는 대로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라며 "이제 시작하는 단계니까 두려움을 갖지 않고 '여행을 가보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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