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신의 한 수'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를 갖다 붙인 꼴
[리뷰] '신의 한 수'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를 갖다 붙인 꼴
  • 김한주
  • 승인 2014.08.18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뷰] '신의 한 수'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를 갖다 붙인 꼴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를 갖다 붙인다고 해서 좋은 그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영화 ‘신의 한 수’는 ‘타짜’의 설정에, 케이퍼 무비의 치밀함을 버무리고, 액션을 수놓았다. 온갖 좋은 것들을 조합했지만, 결국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영화가 돼버렸다.

내기바둑이라는 소재와 액션의 조합은 많은 흥미를 돋우었다. 정적인 ‘바둑’과 동적인 ‘액션’이 만나는 것 자체가 색다른 혼합이요 특별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물과 기름, 낮과 밤이 섞이기 힘들 듯, 이 양극인 둘을 조화롭게 그려내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 한계를 보여준 것이 바로 이 영화이다. 조범구 감독은 욕심이 과했다. 118분이라는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 느낌이 강하다.



‘신의 한 수’는 많은 부분에서 ‘타짜’와 흡사하다. 태석(정우성)이 자신의 형을 죽인 살수에게 복수하는 설정과 고니가 아귀에게 복수하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복수하는 방법에서 이 두 영화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태석(정우성)은 폭력으로, ‘타짜’의 고니는 화투판에서 손기술로 복수한다. 타짜는 끝까지 화투를 놓지 않고 끝끝내 일관성을 유지한 것이다.

갈수록, ‘신의 한 수’는 바둑을 버리고 액션을 취한다. 태석(정우성)이 감옥에서 싸움의 기술을 배울 때쯤부터 그런 경향은 짙어진다. ‘바둑’을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태석(정우성)은 갑자기 ‘아저씨’ 원빈으로 빙의해 일당백 싸움을 펼친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싸울 거라면, 애초에 태석(정우성)이 복수하기 위해 바둑은 필요 없지 않을까. 그냥 감옥에서 단련시킨 몸으로 살수(이범수)에게 복수하면 그만이다. 바둑은 도대체 이 영화에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태석(정우성)과 살수(이범수)가 바둑판에서 마지막 승부를 펼칠 때, 승부가 나지 않는 즉, 비겼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칼을 뽑고 서로 싸우는 모습은, 너무 황당하다. 액션으로 마지막을 장식시켜야 되겠는데, 그러자니, 바둑이라는 타이틀이 존재하고, 그러다 보니, 무승부라는 명분을 만들어서 액션장르에서 볼법한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앞서 말했듯이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를 갖다 붙인다고 해서 좋은 그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많은 관객들은 심심하고 따분한 바둑을 어떤 식으로 이 영화에 긴장감 있게 표현할지 주목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영화에서 바둑은 주변부적이고, 기능적인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영화다. 바둑과 액션을 혼용했지만 혼란만 야기 시켰다. 내러티브가 미약한 네거티브 영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