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18',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전개는 아쉬워
[리뷰] 영화 '18',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전개는 아쉬워
  • 김한주
  • 승인 2014.09.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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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18',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전개는 아쉬워


영화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에서는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멋있는 액션신도 없고, ‘방과 후 옥상’에 등장하는 왕따에서 소위 일진으로 거듭나는 극적인 전개도 없다. 또한, 극 중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품행제로’의 중필이처럼 사실적으로 싸운다. 마구 날리는 주먹질과 헛발질을 보면 현실 그대로를 보는 것 같다. 이 영화는 가공하고 또 가공해야 하는 영화적 특권을 포기하고 날것 그대로를 보여 준다.

영화는 곧 갈등이다. 이 갈등이 얼마나 극적이냐에 따라 관객의 만족도도 달라진다. 그래서 많은 학원 액션물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슈퍼맨 같은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이럼으로써 영화는 한껏 과장된다. 싸움은 빈번하게 일어나며, 싸우기 전의 심리 묘사는 생략되기 일쑤다. 눈이 즐거워하는 것이 곧 화려한 액션이므로 격렬한 몸짓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액션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동물들이 기 싸움 하듯, 사방에 흐르는 위기감을 한데 끌어 모은 후, 맞짱뜨게 만든다. 분위기로, 대사로, 표정으로 관객을 몹시 긴장시킨다. 이렇듯 현실적인 묘사로 인해 폭력성은 배가됐다.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10대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바람’처럼 진한 교훈을 던져주는 결말을 기대했다. 이런 기대는 이 영화의 초반부에서 보여준 주인공 동도(이재응)와 그의 부모를 비중 있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동 트기 전, 신문 배달을 하는 엄마를 따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동도의 행동으로 착한 이미지를 씌웠다. 이어 상반되는 장면, 동도가 불량학생 현승과 친해질 것 같은 장면을 보여줬다. 이런 설정은 영화 중반부 동도와 부모의 대립을, 결말부에서는 서로 간의 화해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갑자기 양상을 바꾸어 현승의 단짝친구 동철(이익준)을 등장시켜 새로운 구성점을 만든다. 극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것은 친구와의 다툼이라는 설정이다. 동철은 점점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점차 엇갈리며 결국 앙숙이 된다. 주된 대립은 동도와 부모가 아닌, 동도와 동철사이에 일어난다.

영화의 시작에서 결말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곧 좋은 시나리오다. 또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시작에서 물을 보여줬다면 결말에서도 물을 보여줘야 한다. 표면상으로 이 영화는 일관성이 있었다. 시작에서 동도와 동도의 엄마의 일상을 비추고, 결말에서도 동도와 동도의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며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립 단계에서 동도와 동철을 한없이 갈등시키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 놓고 결말에서 대뜸 동도와 동도의 부모가 서로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대체 이 영화는 친구와 화해를 다룬 우정의 영화인가? 아니면 철부지 아들이 대학가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고 부모와 화해하는 성장 영화인가? 한 영화에 두 가지의 주제가 섞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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