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욕망이 만드는 현실괴리의 환상
강요된 욕망이 만드는 현실괴리의 환상
  • James Park
  • 승인 2014.12.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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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욕망이 만드는 현실괴리의 환상
'얼굴'이라는 작품 옆에 서 있는 박순기 작가


갤러리크래프트21에서 12월 3일부터 10일까지 “박순기 사진전”이 열린다. 이번 사진전은 “라깡에게 보내는 환상곡(Phantasy to Lacan)”이라는 테마로 다양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12월 3일 이태원에 위치한 갤러리크래프트21(관장-여운미 세계미술작가교류협회 회장)에서 박순기 작가를 직접 만나 이번 사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라깡에게 보내는 환상곡"이란 제목이 참 독특한데요. 라깡은 누구인지? "라깡은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의사에요. 프로이드의 제자뻘이죠. 프로이드의 직접 제자는 아닌데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 감화를 받았죠. 이분 특성이 거울이론이라든지 타자에 의해서 인간의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고 욕망 같은 것도 우리가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부모님이나 소속된 집단이라든지 교육이라든지 광고 많이 나오는데요. 끊임없이 타자에 의해 교육받고 강요받게 된다는 거죠.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이나 욕망이 있는데 외부에서 강요되니까 갭이 생기잖아요. 바깥에서 들어오는 것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욕망이나 이런 것들이거든요. 거기서 오는 것들이 내가 갖고 있는 욕망과 차이가 나며 문제가 생기죠. 차이가 나는 것에서 정신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나타는 환상이 있죠."

현대인이 도시에서 일상적으로 느끼는 정신분석학적인 현상들을 사진을 통해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그런 차이를 나타내는 작품이 있다면? "호랑이 문신 사진이 있어요. 호랑이 문신을 한 사람은 강남역에서 노점상으로 물건을 팔아요. 한 여름에 민소매 입고 뙤얕볕에 서 있죠. 호랑이 문신을 넣었다는 것은 호랑이가 되고 싶다는 건데 죽었다 깨어나도 호랑이는 되지 않거든요. 꿈은 최강자가 되는 것인데 현실은 산토끼만 못한 거죠. 그리스신화에서 나르시시즘이 있잖아요. 내가 아니고 다른사람 다른 이미지라는 거죠. 그렇게 되면 갈등이 생기죠. 그럴때 나타나는게 자기합리화,환상이라는 거죠. 

강남역 노점상에서 만난 호랑이 문신을 새긴 상인, 작품명은 '호랑이 환상'


저쪽 사진을 보면 오른쪽 광고 이미지가 굉장히 멋있어 보여요. 그런데 너무 말랐어요. 저렇게 되면 살 수가 없죠. 그에 대비해 사진옆에 서있는 여성들은 굉장히 아름다운 거죠. 젊고 건강하니까요. 광고 모델을 보면 스모키 화장을 해서 화난 것처럼 보이거든요. 실제적으로 모델들은 스트레스를 엄청 받거든요."

-촬영장소는 정해진 곳 없는지? "예 길에서 결정적 순간을 담은 거죠."

-모델이 되신 분들은 일반인들인지? "일반인들이에요. 섭외하면 순간 포착을 할 수 없어요."

-사진을 찍은 후 허락을 받고? "찍다보면 다 지나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사진에 거의 얼굴 안나와요. 여기도 보면 알겠지만 사진의 대부분이 광고이미지거든요. 사진에 손이 안나오면 웃고 있는 남자가 실제 주인공이고 뒤에 탤런트 정소녀씨의 이미지가 광고라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서 제가 사람의 손을 같이 찍은 이유는 실제가 어디 있는지 알리려는 거죠.

초상권도 중요한데 예술권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거든요. 저 사람의 모습 인간의 모습을 실제로 보자는 거죠."

-여성분 사진의 경우 모델인 것 같은데요. "전혀 모델없어요. 코엑스에서 열린 사진전에서 한 여성분이 작품을 보고 있길래 찍은 거죠. 이것은 전철안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얼굴(좌)와 타자 안의 자아(우)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중 강조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 '줄리어스 시저와 핫도그'라는 작품은 명동극장앞에서 찍은 건데요. 연극 포스터를 잘 보면 왼쪽이 줄리어스 시저고 오른쪽이 부르투스에요. 시저는 권력욕의 화신으로 나오고 부르투스는 로마공화정을 위해서 시저를 제거해야 한다는 거죠. 포스터 앞에 앉아 있는 여성분이 핫도그를 먹고 있거든요. 식욕이라는 욕망에서 한쪽에서는 먹고 싶고 한쪽에서는'절대 먹으면 안돼'하는 마음이 들잖아요. 마음속에서 두가지가 상충되는 거죠. 사진의 앞쪽을 보면 양쪽으로 핫도그를 먹고 있는 여성보다 살찐 여성둘이 앉아 있거든요. 사진의 이미지도 욕망을 대변하듯 비교가 되어 찍게 된거죠. 의도된 것이 아닌 우연찮게 그러한 상황이었고 앵글에 담게 되었습니다."

'핫도그와 줄리어스 시저' 연극 포스터와 핫도그를 들고 있는 여성을 대비해 욕망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나타냈다.


-전시된 사진중에 탤런트 김광규씨의 버스 광고 사진이 있는데요.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제목이 '진짜 나는 김광규'에요. 사실은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진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진짜 나는 김광규에요.' 여기 사람이 있는데 '진짜 나는 뭐지?'라는 의문이 있죠. 사람의 이미지도 유리에 비춰지는 이미지일 뿐이니까. "

-현대에 이미지와 현실과의 괴리를 보여주고 싶은건지? "요즘 현실도 그렇잖아요. 강남엄마들의 경우 아이들 보고 '너는 좋은 학교 가야돼'라고 하죠. 아이의 의사는 없는 거죠. 끊임없이 요구를 하죠. 좋은 대학교 좋은 과가야 한다. 하지만 엄마들도 못했으면서 강요를 하죠. 

이러한 현실을 보았을 때 '내가 뭐고,인간의 가치,인간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과 사회에 대한 비판이 있죠. 사진을 보면 강남에 있는 버스정류장인데요. 철창이에요. 이미지가 감옥같죠. 도시생활 자체가 감옥이라는 거죠. 1인 가족이 가장 많은 곳이 강남 역삼동이에요."

-이번 사진전의 관람포인트가 있다면? "나자신과 삶에 대해 과연 제대로 생각하고 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인거죠. 나자신은 없고 포장된 이미지에 비춰지는 나만이 있는 그런 공허함이 있는 것이죠. 현대 도시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느껴봄직한 감정인거죠. 관람객분들의 삶에서 이번 작품중에 비슷한 부분이 한 가지씩은 있을 거예요."
박순기 작가 프로필
1982 한양대학교 공과대학학사 1985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 석사 2013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 박사2008년 '기호와 사진의 만남,결정적 순간' 2009년 문화관광체육부 주관 "2009년 우수학술 도서" 선정 2014년 '기하학으로 본 데이비드 호크니의 꼴라주'국제 사진영상기획전 / 2009 고은미술관, 부산 Photo Speaks 2009 / 제1회 한국사진학회 Photo Speaks 2010 / 제2회 한국사진학회 국제사진영상기획전 / 2010 이앙갤러리 동행:기억 속으로(2012  제4회 한국사진학회 국제 사진페스티벌) / 2012 연변대학교 기억(2013 제5회 한국사진학회 국제 사진페스티벌) / 2013 주중 한국 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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