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㉟>유토피아로 가는 길
<좋은아침㉟>유토피아로 가는 길
  • 최영진
  • 승인 2012.08.0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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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침㉟>유토피아로 가는 길

 
토머스 모어의 라틴어 소설 '유토피아'는 어디까지나 가상의 섬 이야기로 16세기 당시의 영국과 대조적인 세계였다.

유토피아―이상향(理想鄕)을 그린 소설은 그밖에도 아나톨 프랑스의 '펭귄의 섬' 올더스 헉슬리의 '금지된 섬' 제임스 힐턴의 '샹그릴라―잃어버린 지평선' 장 그르니에의 '섬' 등 숱하다.

동양에선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무릉도원이 나오고 연암(燕巖) 박지원도 '양반전' '허생전' 등에서 무인도의 이상향을 묘사했다.

석가모니가 출가할 때 한 유명한 말 '욕지불사향(欲至不死鄕)'의 불사향 역시 죽지 않는 이상향을 가리킨다.

그런데 불로불사(不老不死)의 낙원, 파라다이스의 대명사로 통하는 중국 자치지구 티베트의 샹그릴라와 도연명의 무릉도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유토피아가 섬이다.

노자가 이상향으로 여긴 곳도 작은 섬나라가 아닌지 모른다. 나라가 작고 백성이 적은 곳,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이상향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배도 수레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 닭이 홰를 치고 개가 짖으며 백성이 편안하고 만족하게 사는 곳, 문명의 오염이 없이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이상향이라는 것이다.

그게 바로 아일랜드 해(海)에 떠 있는 인구 7만의 '맨(Man)' 섬, 세금도 범죄도 없는 그런 나라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유토피아의 반대말인 '디스토피아(distopia)'는 있어도 유토피아는 없다.

utopia는 그리스어로 not을 뜻하는 ou와 place를 뜻하는 topos의 합성어로 'not+place' 즉 '아무 데도 없다(nowhere)'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라에 대한 절망감을 못 이겨 플라톤의 '이상국가'로 떠나려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유토피아는 아무 데도 없고 라인홀드 니버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도 늘 오고 있는 것이지 여기도 거기도 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지금 여기(now here)가 바로 유토피아로 가는 보다 나은 길목이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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