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사랑일 수 없음에
노을이 사랑일 수 없음에
  • 박완규
  • 승인 2012.08.18 0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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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흩어지는 곳에 홀로 남아
지나온 삶의 조각난 모습을 줍고 있다

가끔,
허공으로 뛰어올라 빙긋이 웃고 있는 환상
까르르 웃으며 박수소리 보내고
시간은 사랑의 전리품이 될 것이라
포옹한 저녁 하늘
처음 만나는 연인의 어색한 대화면 충분했다

노을은 태양이 멀어짐을 느낄수록
거친 숨결, 불규칙한 맥박의 파동을 만들고
영혼을 자극하는 호르몬은 환상의 기운을 점화시켜
온몸의 느낌표를 울컥 울컥 토해낸다

절정의 순간이 잠시 빛이 되었을 때
침묵하는 풍경은 어둡게만 채색되어
전쟁이 끝난 싸움터처럼 갈기갈기 찢긴 상처로 가득하고
순간의 사랑은 너무나 고독하다며 숨죽여 운다

아쉬운 마음에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다시금 조각난 노을을 이어보지만
흐릿한 삶을 팔아야 하는 힘겨운 고통 속에
몇 번을 울어야만 환상이 깨어질까

어둠이 원죄를 닦아내면 슬픔의 깃발을 접고
태초에 그분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아담과 하와가 서서히 퇴장한다

그래 그런 것이다
오래전부터 그랬듯이
노을이 사랑일 수 없다
잠시 交尾만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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