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㊻>멘붕
<좋은아침㊻>멘붕
  • 최영진
  • 승인 2012.08.20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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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침㊻>멘붕

요즘 우리 사회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유행어는 아마도 ‘멘붕’이 아닐까 싶다. ‘멘탈(Mental) 붕괴’의 줄임말로 우리말과 외국어가 결합된 축약어다. 정신적 공황상태를 의미하는 멘붕이란 용어는 이젠 방송 멘트나 신문 제목으로도 스스럼없이 사용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도 격렬한 경선을 치를 당시 “내가 네거티브에 너무 시달려 멘붕이 올 지경”이라고 했다.

국어사전에는 유행어를 ‘비교적 짧은 시기에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나 구절’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유행어의 요건에 미흡하다. 대개 대박 유행어는 해학과 풍자가 녹아 있고 때로는 신비감과 경박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4대강 녹조현상을 빗댄 ‘녹차라떼’ 같은 신조어는 식수원 오염을 비꼬는 강한 풍자성을 띠고 있으며, ‘모태미인’이나 ‘모태솔로’ 같은 유행어에도 해학이 스며있다. 모태미인은 태어날 때 그대로의 자연 미인을 뜻하며, 모태솔로는 한 번도 이성과 교제한 적이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또 유행어는 신조어이면서 축약어라는 특징을 갖는다. 멘붕이나 강추(강력 추천), 깜놀(깜짝 놀람), 진상(진짜 상놈), 열폭(열등감 폭발) 등 과거나 현재의 유행어들이 대부분 축약어다. 외국어를 응용하는 유행어도 적지 않다. 비하하거나 창피를 준다는 의미의 디스(Diss)는 Disrespect를 인용했고, 닮은 정도를 표현하는 싱크로율은 일본의 애니매이션에 나오는 말에서 유래됐다.

‘우유주사’는 단박에 포털 검색 순위 1위를 기록할 만큼 화제를 모았던 신조어다. 내연녀의 사체를 유기한 산부인과 의사가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사용한 우유주사란 표현은 저급하면서도 매우 은유적이다.

흔히 유행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멘붕이 최고 유행어로 뜨는 것은 녹록지 않은 우리 생활상과 정치경제적인 충격이 빈번한 현실을 투영하는 건지도 모른다. 서민의 삶만 봐도 그렇다. 가계부채에 짓눌리고 가처분소득은 줄어드는데 애그플레이션으로 식탁물가까지 오르고 있으니 정녕 서민들이야말로 멘붕에 빠질 지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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