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㊽>山이 들려준 맑은 영혼의 이야기
<좋은아침㊽>山이 들려준 맑은 영혼의 이야기
  • 최영진
  • 승인 2012.08.2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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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침㊽>山이 들려준 맑은 영혼의 이야기

 
비 온 뒤의 하늘이, 아니 세상 전부가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다운지 모두들 잘 알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내 어릴적 추억을 거슬러보면 맑고 투명한 쪽빛에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모른다. 그 하늘을 군데군데 수놓은 하얀 솜털 구름은 또 얼마나 고왔던가.

가슴 속 깊이 스며들어 세상 속에서 이지러지고 닳은 영혼을 맑게 정화시켜 주던 바람은 또 얼마나 황홀했는지. 초록색 잎사귀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의 찬연함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붓쟁이는 같은 붓쟁일진대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적 심미안을 가진 시인이 되지 못하고 사실만 적시하는 정서마른 기자가 된 것이 이렇게도 한스러울 줄이야”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계곡이라 하기엔 너무나 분에 넘치는 ‘물한계곡’을 따라 올라간 민주지산.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의 세 봉우리를 올랐다. 끝이 없이 계속되는 계곡은 금방이라도 선녀가 나타날 것만 같은, 아니 우리 모두를 선녀로 만들어 줄 것 같은 생각을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맑고 투명한 그 물에 얼룩 투성이인 내 마음이 비칠까봐 얼마나 조심스럽던지. 아직도 내 귀엔 명랑하고 흥겨운 계곡물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소리를 지금 나의 온 방에 가득 채우려 한다. 나의 모든 지인들에게도 맑은 물소리와 고요한 산의 향기와 바람의 상쾌함, 고운 햇살의 찬란함을 전하고 싶다.

백두대간이 이런 것인 줄 몰랐다. 여느 산에서도 느끼지 못한 신비롭고 외경스러운 감격을 민주지산은 오롯이 안겨 주었다. 봉우리에서 바라본 세상은 온통 산뿐이다. 오직 하늘과 산, 그것뿐이다.

산 뒤에 산, 또 산 위에 산. 이렇게 온 세상이 산봉우리들의 겹침으로 웅장함과 고요함과 대단함과 부드러움과 포근함을 다 갖추고 있는 것이다. 정말 자연의 거대함을 실감하게 하는 하루였다.

초록색의 능선과 골짜기들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사막의 아득한 모래 무덤 같기도 하고 그 모습이 주는 촉감은 빌로드천을 만지는 것과 같이 부드럽고 포근함 바로 그것이었다.

아, 오늘 하루는 너무나 멋진, 꿈 속같은 별천지를 다녀온 기분이다. 민주지산은 별천지였다. 그 무엇으로도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걸작이었다.

주말이면 사람이 그리워지는 요즘. 산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멋진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보다 더 황홀하고 근사한 일은 없을 듯하다. 오늘 무척이나 행복한 밤을 맞는다.

내일 비록 몸은 좀 삐걱거릴지라도 우리들의 영혼만은 맑고 신비로움에 싸여 있을 것이다. 일주일이 내내 산뜻하고 넉넉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가득 찰 것이다. 오래도록 맑고 고요한 영혼의 향기를 함께 할 수 있을 듯하다.

시인이 못되고 기자라도 좋다. 춘추필법(春秋筆法)의 기자정신으로 정도언론을 펼치려는 의지가 꺾이는 파란곡절 끝에 홀연히 중앙일간지를 떠나 태권도계에 몸담은 것, 그리고 저널리스트이자 태권도 전문가로서 태권도 사초를 쓰고 태권도계가 올곧게 나아갈 수 있도록 계도하는 일에 만족하며 살련다.

난 오늘도 순백의 새로움과 깨끗함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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