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국기원, 관람형 태권도대회 공동 추진한다
문체부-국기원, 관람형 태권도대회 공동 추진한다
  • 황욱 기자
  • 승인 2017.12.27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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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종합격투기대회)는 치고받는 강렬함이 인기를 끈다. 하지만 화려함으로 보자면 격투기의 주먹보다도 태권도의 발차기가 훨씬 뛰어나다.” 

국기원 관계자는 27일 “격렬하지는 않더라도 훨씬 멋진 장면들을 보여줄 수 있다”며 ‘태권도 관람형 대회’의 추진 취지를 설명했다. 태권도계는 태권도 자체가 가진 우수성에 비해 볼거리로서 인기를 끌지 못하는 현실을 답답해했다. 국기원 관계자는 “프로레슬링을 보는 관중들이 환호하는 것을 보면, ‘태권도는 저것보다 더욱 우수한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프로 태권도’를 향한 과거의 시도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2004년에는 프로 태권도 대회가 개최됐지만 흥행에 참패했고, 대회는 1회로 마무리됐다. 2006년 대한태권도협회(KTA)가 프로 태권도 추진을 재차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남기지 못한 채 끝났다. 2008년 세계인의 태권도 축제 및 관광 상품 개발의 일환으로 계획된 ‘국제 프로 태권도 대회’ 역시 논의 단계에만 머물렀을 뿐, 창설이 무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기원은 “공급자 중심의 기존 겨루기 방식에서 탈피, 미디어와 수요자 중심의 경기방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올림픽 태권도 경기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해 일대일 겨루기 방식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태권도가 굴욕적으로 ‘닭싸움’에 비견되곤 했다. 선수들은 격렬히 부딪히기보다는 한 발을 들고 제자리에서 뛰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실점을 최소화하고 상대의 머리에 발을 갖다 대려는 목적이었다. 이에 태권도 특유의 강한 공격기술들이 시합에서 사라졌다는 비판이 컸다. 

따라서 이번 실험선수단의 시뮬레이션 과정에서는 일대일 이외에도 일대다 겨루기, 다자간 겨루기, 표적 겨루기 등의 아이디어가 두루 실험된다. 최적의 경기력을 위한 적정 경기시간, 체급별 경기 방식, 허용되는 기술의 범위, 금지행위의 범위 등도 테스트될 예정이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쌓이면 미디어와 관객 테스트도 실시한다. 

앞으로 문체부와 국기원은 “스타 없는 스포츠는 소멸한다”는 대원칙에도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생활체육인 태극권의 경우 많은 인기스타가 존재한다는 것이 국기원의 분석 결과다. 국기원 관계자는 “태권도도 축구에서의 리오넬 메시, 농구에서의 마이클 조던과 같은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며 “월드태권도 그랑프리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이대훈 선수 등을 조명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기원은 멕시코와 쿠바에서 태권도 세미프로 리그가 진행되는 데 주목한다. 2011년부터 멕시코에서 시작된 TK-5 세미프로 태권도 대회는 100% 유료 관람이며 TV 중계도 이뤄진다. 다만 우리나라에서의 태권도 프로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높다. 유료 관람이 이뤄진 적이 없는 태권도의 ‘티켓파워’는 초반에 그리 강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태권도가 승부조작 잡음으로 부정적 인식을 낳아온 점도 앞으로의 관객몰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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