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2003) 봄꽃소식
#좋은아침(2003) 봄꽃소식
  • 박완규
  • 승인 2018.03.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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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봄꽃들이 손짓합니다.

남녘 매화는 벌써 끝물을 타고,
산수유는 이제 막 기지개를 켰네요.

개나리와 벚꽃도
겨울잠을 털어내느라 마지막 용을 쓰고,
진달래 붉어갈 날도 머잖았습니다.

벌 나비 부르려는 몸단장이건만,
먼저 마음 달뜨는 건 봄처녀만이 아니지요.

저 꽃무리 속에서
생명소식 한아름 힘차게 쏟아질 듯싶네요.

'Let It Go'를 외치던 겨울왕국 속
우리네 움츠렸던 삶에도 후드득 꽃등
줄줄이 밝혀질 겁니다.

봄꽃 무리가 우리를 부르는 까닭입니다.

없는 여유 부러 짜내 찾아가도 좋고,
지그시 앉아 오랜 벗 만날 날 손꼽는
설렘을 즐겨도 괜찮습니다.

피고 지는 봄꽃은 무심한데,
오락가락 마음만 분주하다면
하늘이치를 한 치도 이해 못한 처사요,
보아달라 아우성치는 꽃들에게 달려가고픈
마음을 억누르는 것도 사람도리는 아니죠.

꽃그늘 아래 서면
눈감아 봄향기 품은 뜻을 헤아릴 줄 알고,
어디 있든 봄꽃 본 듯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꽃놀이라는 게 본시 사람꽃을 피우자는
바람 아니던가요.

거적때기로 싸맨 지리산 칩거를 훌훌 벗고
춘풍을 따라 온 나라를 걸어서 돌겠다고 나선
풍류시인 친구가 그러합니다.

흥흥 바람에 몸 맡기고 만끽하는
조춘행(早春行)이려니 부러울밖에요.

“발자국마다 풀씨가 움트고 꽃이 피는데,
그대 또한 나날이 그러한지요.”

카카오톡으로 날아온 편지에서
풍월객은 고백합니다.

“오래 걷다보니 비로소
사람의 발걸음이 바로 꽃이 피는 북상의 속도요,
단풍 드는 남하의 속도라는 것을 알겠더이다.”

벗 풍객은 지금쯤
어느 꽃그늘 아래를 지나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봄꽃 무리들이 그렇게
훈풍을 타고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네요.

설렁설렁 한 살림이나마
우리도 가서 같이 꽃이 되자고 피붙이와
벗들을 살살 꼬드길거나.
아니면 봄바람에 괜히 휩쓸리지 말고 아직은
점잖게 지켜보자고 애써 타이를거나.

이래저래 마음만 분주한
춘삼월 초사흘 아침입니다.
 

-목식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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