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2017) 퇴고推敲
#좋은아침(2017) 퇴고推敲
  • 박완규
  • 승인 2018.03.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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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때 시인 가도賈島가
말을 타고 가면서 시를 한수 짓습니다.

閑居隣竝少 한거린병소
草徑入荒園 추경입황원
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僧(推·敲)月下門 승(퇴·고)월하문

이웃이 드물어 한거하고
풀숲 오솔길은 황원에 통하네
새는 연못가 나무에 잠자고
중은 달 아래 문을...민다? 두드린다?

마지막 구절에서
'민다(推)'라고 하는 게 좋을지
'두드린다(敲)'라고 하는 게 좋을지
고민에 빠집니다.

정신줄 놓고 말문末文을 되뇌다가
타고 있는 말이 마주 오던 고관의 행차와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병졸들이 그를 말에서 끌어내려
행차의 주인공인 고관 앞으로 끌고 갔는데,
그는 당대唐代의 대문장가인 한유韓愈였지요.

길을 비키지 못한 까닭을 가도에게
들은 한유는 노여워하기는커녕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합니다.

"내 생각엔 역시
'민다'는 '퇴(推)'보다 '두드린다'는 '고(敲)'가
좋겠네."

이 후로 이들은
둘도 없는 시우詩友가 되었습니다.

당시기사唐詩紀事에 나온 고사인데,
‘퇴고推敲’라는 말은 민다, 두드린다는 뜻으로
시문詩文을 지을 때 자구字句를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침을 이르는 말입니다.

내가 쓴 글을
읽어주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기쁨이겠지요.

내 마음을 살펴
아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더없는 행복일 겁니다.


-목식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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