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2022) 봄나물
#좋은아침(2022) 봄나물
  • 박완규
  • 승인 2018.03.2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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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식당에 들러
백반을 시켰더니 갖가지 봄나물이
반찬으로 올라옵니다.

시골 노모가 직접 캐온 거라는
쥔장의 말도 정겹거니와,
나물의 향취에 도망갔던 입맛이
돌아온 듯합니다.

문득
봄나물을 먹어야 봄이 온다고
하시던 어머니 말씀이 생각나네요.

겨우내 몹시 성가시던
바람의 흐름이 바뀌고,
남녘서 꽃소식이 날아들 무렵이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나물바구니를 메고
봄나물을 뜯으러 나섰습니다.

덕분에
온 식구가 옹기종기 앉은 저녁상엔
달래향기 나는 된장찌개나
향긋 달착한 냉이무침이 봄을 타느라
깔깔해진 미각을 돋워줬지요.

언 땅 헤집고 젤 먼저 새싹을 틘 초록나물은
먹거리가 귀하던 춘궁기 때 산과 들에 지천으로
돋아나 허기를 달래준 고마운 기억이 새롭네요.

거슬러
조선시대에는 아홉 살까지
33가지 나물이름을 익혀야 하고,
처녀들은 나물 종류별로 조리법을 배우는 게
신부수업 중 하나였답니다.

'한푼 두푼 돈나물/ 매끈매끈 기름나물/
어영꾸부렁 활나물/ 동동 말아 고비나물/
줄까말까 달래나물/ 칭칭 감아 감돌레/
집어 뜯어 꽃다지/ 쑥쑥 뽑아 나생이/
사흘 굶어 말랭이/ 안주나보게 도라지/
시집살이 씀바귀/ 입 맞추어 쪽나물/
잔칫집에 취나물……

아흔아홉가지 나물노래를 부를 줄 알면
3년 가뭄도 이겨낸다는 속담에,
구전민요로 나물타령까지 생겨날 만큼
나물은 곧 생존의 문제였던 게지요.

꽃샘추위가 성가신 이즈음
봄나물을 반찬삼아 옛 추억을 먹으며,
온 몸으로 봄을 느껴보면 어떨런지요.

 

-목식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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