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언영색(巧言令色)을 경계함
교언영색(巧言令色)을 경계함
  • 박완규
  • 승인 2012.09.23 0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 재주가 교묘하고 표정을 보기 좋게 꾸며 상대를 즐겁게 하는 표정에는 반드시 좋지 못한 뜻이 숨겨있다.

공자는 아첨꾼에 대해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서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을 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 적다(巧言令色鮮矣仁)"라고 했다. 즉, 말을 그럴 듯하게 꾸며대거나 남의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 생글생글 웃으며 남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치고 마음씨가 착하고 진실된 사람은 적다는 뜻이다.

조선 성종 때 사간원 대사간 성준 등이 임금에게 상소하기를, “신 등은 임금이 소인을 쓰는 해가 아주 크다는 것을 아뢰고자 합니다. 소인을 곁에 가까이 두면 교언 영색이 족히 나의 총명을 어지럽게 할 것이요, 정무에 참여시키면 그 아첨하는 입술과 거짓말하는 혀는 족히 나의 정치를 해칠 것이요, 백성을 다스리게 하면 그 탐욕스럽고 포악함이 조세를 가혹하게 거두어들여 족히 나의 백성들을 해롭게 할 것이니 작은 일과 세세한 사무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지 그렇지 아니함이 없을 것입니다(司諫院大司諫 成俊等上疏曰 臣等竊謂人君之用小人 爲害大矣 使之近左右 則其巧言令色 足以亂吾之聰明 使之叅機務 則其諛脣侫舌 足以害吾之政事 使之臨民 則其貪暴掊克 足以害吾之赤子 至於小事細務 將無往而不然矣).” 라며 교언영색을 경계하기도 했다.

30여 년을 기자(記者)라는 공인으로 살다 보니, 온갖 사기 협잡 모리배, 파렴치한 등 간인(奸人)들에게 당한 사람을 숱하게 만났고, 때로는 직접 맞닥뜨려 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똑똑해도 당해낼 재간이 없을 만큼 간사하고 교활하기 짝이 없다. 냉정하고 날카로운 기자가 이럴진대, 하물며 평범하고 순박한 사람들이야 불문가지 말할 나위도 없다.

지천명(知天命)에 이르러서야 간인을 읽는 혜안이 생겼다 싶었는데, 간인들의 교활함도 진화하는 모양새니 속절없다. 더구나 이제는 내 가까이 지인들조차 교언영색에 현혹돼 헛손질에 판단착오를 거듭하다, 급기야 신의에 금이 가고 공동체 결연이 와해되는 형국에서는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이미 그 간교함을 간파하고 “들이지 마라” 하는가 하면, “반드시 경계하라” 그렇게 양약고구충언역이(良藥苦口忠言逆耳: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린다)를 읊어댔거늘 마이동풍(馬耳東風)이요, 우이독경(牛耳讀經)임에야 더는 어쩌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