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과학화'에 대한 소고
'태권도 과학화'에 대한 소고
  • 니콜라
  • 승인 2012.09.2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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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과학화'에 대한 소고

 
우리는 ‘태권도는 과학적인 무도요 스포츠다’라는 말을 항상 들어왔고 써 왔다.
이미 태권도와 과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 크나 작으나 물리학 역학(力學)법칙의 지배에서만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 동작들 역시 이 역학법칙을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태권도 기술에 배인 과학 원리들을 고차원적인 물리학이나 생체역학을 동원해 읽어내려면 웬만한 이들에겐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쉽게 손이 갈 만한, 고개를 끄떡끄떡 거리며 책장을 넘길만한 기본적인 지침서가 필요했다.

그래서 태권도와 과학의 관계를 학창시절 배웠던 과학 수준으로 끌어내려 설명했다. 이것이 태권도와 과학과의 모든 관계를 밝혀주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과학적인 개념을 태권도라는 틀 안에서 잡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과학적 개념이 정립되고 과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태권도가 보이기 시작하면 태권도 기술에 대한 분석능력과 이해의 폭이 넓어져 실력향상에도 의미 있는 성과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태권도의 과학(The Science of Taekwondo)이란 무엇인가?
‘과학적’이라는 말의 뜻부터 알아보자. 과학적이라는 말은 누구든 실험으로 반복해서 검증하고 확인할 수 있는 원리가 그 속에 숨어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태권도의 어느 동작이 과학적이라고 한다면 이 동작에 어떤 과학적인 원리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누구든 이 원리들을 이용하기만 하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태권도 시범이나 경기를 보면 뛰어난 선수들의 강하면서도 빠른 동작과 그 완성도 높은 동작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 낸 진수(眞髓)인 것이다. 이들은 수많은 시간의 훈련과 노력 속에서 자신의 몸을 잘 연구하여 장점은 극대화시키고 단점은 극소화 시켰음을 알 수 있다. 즉, 뛰어난 선수들은 자신이 인식하든지 못하든지 과학적 원리에 맞게 그 몸을 단련하였던 것이다. 이들의 동작들 하나하나 속에는 무수한 노력 끝에 완성된 ‘무엇’인가가 담겨 있다. 이 ‘무엇’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낼 수 있고 그 원리를 터득하여 자신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살릴 수만 있다면 우리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눈먼 거북이처럼 이리저리 헤매서는 오랜 시간과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태권도의 과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바로 빠른 ‘속도’일 것이다. 어떤 종목의 스포츠이든지 최종 목적은 인체의 운동 속도나 장비의 운동 속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속도’는 바로 ‘힘’이기 때문이다! 속도가 높아지면 전투에서 높은 고지를 점령하는 것과 같은 막강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태권도 역시 최고의 ‘속도’와 ‘힘’을 얻기 위해서 피땀 흘려 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과학 원리를 찾아 응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둘째는 바로 힘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경기가 그렇듯이 우리는 시간과 체력의 한계로 어느 횟수 이상의 동작을 할 수가 없다. 더구나 동작 하나하나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동작과 힘의 소모는 줄이고 대신에 효율은 높여 경기에 임해야 한다. 따라서 태권도 동작들을 분석해서 군더더기는 제거하고 속도와 힘은 더욱 높여 효율적인 타격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없는 힘을 창조해 낼 수는 없지만, 과학 원리들을 잘 활용하면 같은 힘으로도 훨씬 높은 효율의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태권도를 배우고 가르치는데 사용되는 애매모호한 표현들의 명료화를 들 수 있다. 흔히들 ‘어깨에 힘을 빼고 치라’, ‘허리로 차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애매모호한 주문들은 비과학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들이 지시하는 말들에는 이미 숱한 경험을 통해 몸으로 터득한 과학적인 원리들이 간결하게 함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 표현이 다소 뜬금없다(?)는데 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지’에 오른 지도자와 아직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수련생 사이에는 언어소통에 모호하고 큰 간격이 있어 왔다. 지도자나 수련생 모두가 알고 있는 과학적인 용어와 원리로 바꾸어 지도자들의 경험과 안목을 설명한다면 수련생들도 한층 손쉽게 지도자가 이끄는 바대로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넷째로 신비주의로 포장한 허구와 땀 흘려 수련한 정직하고 투명한 기술을 가려내기 위해서이다. 가끔씩 초인적인 차력을 선보이는 무술인들이 있다. 맨발로 숯불 위를 걷고, 머리 위에 놓인 돌덩어리를 해머로 내리쳐 깬다. 맨몸으로 기차를 끌고. 목으로 날카로운 창을 밀어 꺾는다. 배 위로 차가 지나가도 하며 펄펄 끓는 납을 입에 떠 넣기도 한다.

이런 기적적인 차력들은 과연 뼈를 깎는 수련을 통해 얻은 무술수련의 극치인가? 차력시범 관람 전에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이 말뜻에는 사실 두 가지의 뜻이 다른 담겨 있다. 하나는 호기심에 못 이겨 따라 해 보다가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이고 또 다른 뜻은 누구나 요령만 알고 따라 하면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따라 하지 말라는 말이다. 과학적인 안목이 조금만 있으면 초인적으로 보이는 차력 시범들 대부분은 과학 원리들을 이용한 단순한 속임수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마치 뼈를 깎는 비장한 수련을 거친 양 함부로 허세를 부리다간 괜한 망신을 살 수도 있다. 무도가 남을 속이기 위한 것이어선 안 된다. 우리 태권도인들은 정직한 무도세계를 탐구해 가야 한다. 따라서 과학 원리들을 알아봄으로써 허(虛)와 실(實)을 구분하고 과학적 원리에 맞게 자신을 단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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