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장동신 "캐나다와 준결승전 목표는 무실점"
[베이징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장동신 "캐나다와 준결승전 목표는 무실점"
  • 박정우 기자
  • 승인 2022.03.1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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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4강 진출 결정 플레이오프 한국 대 이탈리아 경기. 첫번째 골에 이어 팀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킨 한국 장동신이 경기 종료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이탈리아 킬러? 인정합니다."

9일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이탈리아전(4-0 승)에서 2골 1도움으로 4강행을 견인한 '검투사' 장동신(46·강원도청)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장동신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휠체어펜싱 은메달리스트다. 펜싱으로 다져진 순발력, 타고난 운동신경, 철저한 자기관리는 2008년 시작한 아이스하키에서도 빛을 발했다.

장동신은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이탈리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짜릿한 결승골로 1-0 승리를 이끌며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의 사상 첫 메달 획득에 기여한 선수다. 그는 4년 뒤 패럴림픽에서 다시 만난 이탈리아를 상대로도 어김없이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탈리아 킬러'에게 첫 골은 3분 30초면 충분했다. 골대 정면에서 날린 기습 중거리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장동신은 2피리어드에선 깔끔한 킬패스로 정승환의 추가 골을 도왔고, 3-0으로 앞서던 3피리어드엔 베테랑의 기지를 발휘해 쐐기 골을 터트렸다.

이탈리아가 총공세를 위해 골리 대신 공격수를 투입한 상황, 페이스오프 직후 장동신은 이탈리아 빈 골대를 향해 퍽을 띄워 보냈다. 퍽이 골망을 꿰뚫는 순간 경기장엔 대한민국 선수단의 환호가 울려 퍼졌다.

'월드클래스 공격수' 정승환은 "선수들도 깜짝 놀란 골"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훈련 때 열 번 시도하면 다섯 번도 들어가기 힘든 골"이라면서 "10점 만점에 10점!"을 외쳤다.

한국의 4골 중 3골에 관여한 장동신은 이를 복기해달라는 요청에 "운이 좋았다", "동료가 잘했다"며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장동신은 "1피리어드 중거리 선제골은 넣으려고 한 게 아니라 골대 쪽으로 던져놓은 것이다. 운 좋게 들어갔다. 2피리어드 어시스트 때는 (정)승환이와 눈이 마주쳤다. 승환이가 마무리를 잘해줬다"고 했다.

이어 "3피리어드 땐 주장 장종호가 페이스오프를 잘했다. 나는 종호를 무조건 믿는다. '퍽이 올 거고 난 무조건 골대 쪽으로 던지겠다'고 마음먹었고, 100% 생각대로 됐다.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4년 전 평창에서 동메달을 결정짓는 골을 넣던 날도 그는 "세상의 모든 운이 내게 온 것 같다"며 눈물을 쏟았던 그다. 그러나 분명 모든 것을 '운'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한민수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장동신은 자기 관리도 잘하고 책임감 있게 훈련에 집중하는 선수다. '펜싱의 황태자'답게 순발력도 좋고 디펜스에서 책임감 있게 믿음직한 플레이를 해주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나마 장동신은 '이탈리아 킬러'라는 별명만큼은 인정했다. 그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평창 결승골 이전에도 이탈리아만 만나면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 전 동료들이 '오늘 또…' 했었는데, 이탈리아 킬러? 이제 나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4강에 진출한 한국은 11일 오후 1시 5분(한국시간) A조 2위 캐나다와 결승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캐나다와의 준결승서도 골을 기대한다는 말에 장동신은 "저는 디펜스(수비) 20번 장동신입니다"라고 답했다.

'킬러 본능'을 발휘하는 검투사이지만, 수비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골 넣는 수비수도 좋지만. 수비수는 무조건 무실점이 우선이다. 캐나다전 내 목표는 무실점이다. 그래야 우리 팀이 한 골만 넣어도 이긴다"고 힘줘 말했다.

캐나다는 2006년 토리노 대회 금메달, 2014년 소치 대회 동메달, 2018년 평창 대회 은메달을 따낸 '세계 2위' 강호다. 앞서 A조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캐나다에 0-6으로 패했고, 4년 전 평창 준결승에선 0-8로 졌다. 역대 전적은 35전 35패다.

하지만 4번째 패럴림픽 무대에서 다시 준결승 진검승부에 나선 '베테랑' 장동신은 "강팀 캐나다를 만날 준비도 차근차근 잘하겠다"며 담담히 말했다.

장동신은 "펜싱도, 하키도 '싸움'이다. 하키는 찰나의 찬스에 상대를 제치고 패스를 줘야 한다. 펜싱은 상대의 칼을 막고 나가 찔러야 한다. 순간의 판단, '타이밍'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11일 4년 전 동메달의 색깔을 바꿀 그 '찰나의 타이밍'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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