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같은 태권도 수장의 출현을 기대하며
'광해' 같은 태권도 수장의 출현을 기대하며
  • 최영진
  • 승인 2012.10.21 0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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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국 극장가에 ‘광해, 왕이 된 남자’ 열풍이 대단하다. 이미 관객이 1000만 명을 넘어선데다, 사상 최대 관객수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들 한다. 같이 보자는 딸아이 등쌀에 못 이겨 지난 주말 함께 극장을 찾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 진한 교훈도 얻었다.

당대와 후대의 평가가 극단으로 나뉘는 조선의 15대 왕 광해. 그를 살육과 폭정을 일삼는 임금으로 기록한 조선왕조실록 ‘광해군 일기’에는 15일간의 기록이 사라져 있다. 바로 이를 모티브로 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더해져 만든 영화가 '광해'인데 대략의 내용은 이렇다.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왕 ‘광해’는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을 것을 지시한다. 이에 허균은 기방의 취객 사이에서 걸쭉한 만담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을 발견한다. 왕과 똑같은 외모는 물론, 타고난 재주와 말솜씨로 왕의 흉내도 완벽하게 내는 하선.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간 하선은 광해군이 자리를 비운 하룻밤, 가슴 조이며 왕의 대역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광해군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고, 허균은 광해군이 치료를 받는 동안 하선에게 왕의 대역을 할 것을 지시한다. 저잣거리의 한낱 만담꾼에서 하루아침에 조선의 왕이 되어버린 천민 하선. 진짜 광해가 자리를 비운 15일간 임금의 자리에 앉은 가짜 광해 하선은 많은 일을 해낸다.

호된 문초를 당하던 중전의 오라비를 풀어주고, 지주와 대신들의 반대에 부딪혔던 대동법도 밀어붙인다. 늘 슬픔에 젖어 있는 중전에게 환한 웃음을 선물해 주고 싶었고, 더 이상 어린 소녀들이 고리대금에 시달리다 궁으로 끌려오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명분보다는 백성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다. 후금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 명나라가 원병을 요청해 오자 그가 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대명 사대주의를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조정 대신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2만 명의 젊은이를 원병 보내면서도 몰래 후금에 사신을 보내 싸울 의사가 없음을 전하라는 명을 내린다.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백성들의 목숨이 열 곱절 백 곱절 더 소중하오.”
가짜 광해 하선이 대신들을 향해 절규하듯 외친 대사가 아직도 귓전에 쨍쨍하게 울리는 듯하다.

궁내 가장 아랫사람의 안위까지 두루 살피고, 백성 스스로 노비가 되고 기생이 될 수밖에 없는 현세를 개탄했으며, 왕위를 지키기보다 민생을 염려하는 가짜 광해 하선. 따뜻함과 인간미가 느껴지는 달라진 왕의 모습에 궁정이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하고, 그를 내세웠던 허균도 당황하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끝내 진짜 왕이 되라는 허균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 왕이라는 자리가 남을 쳐내고 얻어야만 하는 자리라면 난 왕이 되지 않겠소.”

정치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사람들의 딱한 사정에 귀 기울이며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릴 줄 아는 따뜻한 광해. 나라와 백성의 명운을 가를지 모를 선택 앞에서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마는 가슴 따듯한 임금. 명분보다는 실리를, 사대의 예보다는 백성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려 했던 조선이 꿈꿔왔던 진정한 군주.

영화 ‘광해’가 던져 준 교훈이 크다. 무엇이 올바른 정치인지, 지도자는 어떤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제 18대 대선이 달포 가량 남은 가운데 대한태권도협회장 선거도 곧 치러질 모양이다. 벌써부터 태권도계 안팎에서 신경전이 치열하다. 오랜 기간 특정 단체에서 독선과 전횡을 일삼아온 모 회장이 강력한 후보예정자로 부상하자, 그를 입후보조차 못하도록 고발고소 등으로 원천봉쇄 시키고 자파 후보를 세우려는 세력과 이를 특정사주 음해집단으로 규정하고 사주추정인 전력 폭로로 맞짱 대응하는 세력간 네거티브(negative) 공방을 벌이는 꼴이 꼭 한국 정치판을 옮겨놓은 듯해 볼썽사납다.

단언컨대 피 튀기고 싸워본들 두 세력이 내세우는 사람은 공히 후보자격이 없다. 누가 뭐래도 종주국 태권도계 수장은 태권도 미래를 위해 눈물 흘릴 줄 아는 지도자, 태권도사회의 부정과 구태를 타파하려는 신념과 실천력을 가진 지도자, 만민 태권도인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지도자가 선출되어야 마땅하다. 광해와 비견할 만한 인물의 출현을 학수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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