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욱 상병 "연평도서 멈춘 태권도심판 꿈, 놓지않을 터"
이민욱 상병 "연평도서 멈춘 태권도심판 꿈, 놓지않을 터"
  • 장기영
  • 승인 2012.11.22 07: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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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욱 상병 "연평도서 멈춘 태권도심판 꿈, 놓지않을 터"

▲ 경북 경주시 풍산금속 사업장에서 이민욱씨가 포탄 가공장비 앞에 서 있다. 그는 2년 전 연평도 포격 당시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다쳤지만, 올 초 입사 직후부터 재활훈련을 빼먹지 않고 있다. 올림픽 태권도 심판을 꿈꾼다는 그는 “먼저 간 해병대 동료의 몫까지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7시 50분, 경북 경주시 풍산금속의 사원 아파트. 오른쪽 다리를 절며 아파트 출구를 나선 20대 청년이 자전거에 올라탔다. 오른쪽 다리를 들자 발이 땅을 향해 축 처졌다. 힘겹게 발을 페달에 올린 청년은 자전거를 몰고 20분 남짓 떨어진 공장으로 향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의 부상병, 이민욱(20) 상병(당시 일병)의 일과가 이렇게 시작됐다. 포격 당시 포탄 파편에 상처를 입어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일을 시작한 지 10개월, 이 상병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재활 운동을 하고 있다. 감각 없는 다리가 굳을까 봐 1시간 단위로 스트레칭을 했고, 회사에 출퇴근할 때마다 자전거를 이용했다. 자전거 페달에 발목을 고정한 채 밟으면 재활 운동이 되기 때문이다. 퇴근 후에는 1시간 동안 벽을 보고 선채로 발목에 힘을 싣는 운동도 했다.

"정말 태권도를 다시 하고 싶어요. 애들 가르치고, 국제 심판도 되고 싶고요. 희망만은 놓고 있지 않습니다. 언젠간 도장 열어 애들도 가르쳐야죠." 이 상병의 말이다.

2년 전, 이 상병의 꿈은 연평도에서 멈췄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해병대에 입대한 이 상병의 꿈은 태권도 사범이었다. 실력(태권도 4단)을 인정받아 연평도 정비소대 태권도 조교로 활동했다. 그해 11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상처를 입었고,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쪽 신경이 죽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상병으로 전역한 뒤 술로 날을 지새우고 희망의 끈을 점점 놓아가던 지난 2월, 이 상병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연평도 부상 장병의 취업을 약속했던 풍산그룹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입사 후 그는 다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경주의 풍산금속 탄도실험실에 근무하는 그는 총을 쏘고, 풍속·압력에 따라 총알이 어떻게 되는지 실험하고 결과를 기록한다.

이 상병은 "포격 당시 세상을 떠난 전우의 몫까지 대신 산다 생각하며 열심히 살기로 했다"고 했다. 특히 고 문광욱 일병(당시 이병)과의 기억은 각별했다.

"광욱이가 없었으면 제가 죽었을 거예요."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 있던 날 이 상병 2m 옆에 포탄이 떨어졌다. 포탄과 이 상병 사이에 문 일병이 있었다. 문 일병이 파편을 대부분 맞았고, 이 상병에게도 파편이 튀었다.

"1주기 때 막내였던 광욱이 묘에 달랑 콜라 한 캔이 놓여 있는 것을 봤어요. 올 9월 찾아가서 국화꽃 10만원어치를 사서 광욱이에게 줬습니다. 하늘에 있는 광욱이 마음이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요…."

이 상병은 태권도 국제 심판의 꿈도 키워나가고 있다. "언젠가 다리가 나으면 도장을 열겁니다. 혹시 아나요. 제가 유명한 국제 심판이 돼, 사람들에게 광욱이와 해병대 동료들의 값진 희생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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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호 2012-11-23 10:33:54
응원합니다. 이민욱 상병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