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예박물관과 상설 무예시연장도 시급
[사설] 무예박물관과 상설 무예시연장도 시급
  • 장기영
  • 승인 2013.02.0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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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예박물관과 상설 무예시연장도 시급

잦은 한파에도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는 매일 무예24기 시범단의 무예 시연이 펼쳐진다. 살을 파고드는 혹한의 악조건 속에서도 시범단은 몸을 아끼지 않고 칼과 창, 그리고 곤방, 월도를 휘두른다. 가히 조선 최고의 무사들로 구성된 장용영의 후예답다.

그런데 이들의 공연을 추위에 웅크린 채 지켜보면 애처롭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조선시대 장용영의 무사들처럼 ‘바람으로 머리 빗고 비로 목욕(櫛風沐雨)’하며 무예를 수련한 단단한 무인들이라고는 하지만 이 가혹한 추위에 매일 공연을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추위 때문만은 아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고난도의 무예를 펼치다보면 자칫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이들이 쓰는 칼과 창, 월도 등은 거의 모두 날이 선 진검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며 공연을 하는 이유는 무예24기가 수원화성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수원의 문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무예24기와 수원은 연관이 깊다.

왜냐하면 무예24기가 수록돼 있는 ‘무예도보통지’와 수원화성은 정조대왕의 명으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무예24기를 수련한 조선 최정예무사들이 바로 수원화성을 수비하던 장용영 외영 군사들이었던 것이다. 자랑스러운 무예24기는 지금 수원에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최근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무예24기를 분석한 유익한 전문 연구서가 출간됐다. 송일훈 김산 최형국 등 우리나라 전통무예 전문가가 참여한 이 책의 제목은 ‘정조대왕 무예신체관 연구’로써 전체 8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책에서는 사도세자로부터 비롯돼 정조시대 완성된 조선무예의 정수 무예24기를 창술, 검술, 권법, 마상무예 등 체계적인 분류 하에 문헌고증을 비롯, 실제 운동학적 측면에서 무예의 자세를 분석했다. 책을 읽다가 특히 눈에 들어온 내용은 수원은 단순한 성곽도시가 아니라 호국무예의 성지란 주장이었다.

수원 화성은 단순한 조선시대의 성곽으로 볼 것이 아니다. 정조의 효정신과 실학사상 그리고 자주국방의 상징인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무예24기가 오늘날까지 살아 숨 쉬는 장소가 수원 화성인 것이다. 따라서 화성국립무예박물관과 전통무예시연장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 수원에서는 수원미술관과 나혜석기념관, 광교역사박물관 건립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필요한 시설들이니 건립하겠지만 화성전통무예박물관과 전통무예시연장 건립이 우선이 아닐까? 관광자원화를 위해 어느 게 더 시급한 것인지 잘 따져 처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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