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 체면살려 적극 공격”…‘동명이인’ 김소희 2명 출전
“종가 체면살려 적극 공격”…‘동명이인’ 김소희 2명 출전
  • 니콜라
  • 승인 2013.07.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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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 체면살려 적극 공격”…‘동명이인’ 김소희 2명 출전

[푸에블라=박상원 특파원] 

 
멕시코 푸에블라 해발 2240m의 고지대. 여기에 오기 전 경희대의 저산소 훈련장에서 하루 2시간씩 운동했다. 현지에 도착한 지 보름됐지만 몸은 적응이 안 된다. 평지보다 산소량이 15% 정도 적은 고지대에서 태권도 종주국의 위신을 세워야 한다. 숨이 차더라도 내색을 해선 안 된다.

두명의 김소희가 최근 구겨진 한국 태권도의 위상 회복을 위해 발을 올렸다. 한국은 2년 전 경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이란에 내줬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도 금, 은메달 1개씩 따는 데 그쳤다. 태권도의 세계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지만 ‘태권도 종가’의 체면은 깎였다.

15일(현지시각)부터 멕시코 제4의 도시 푸에블라에서 열리는 2013 세계태권도대회에 출전하는 두명의 김소희가 발과 손끝에 기를 모은다. “소희야, 잘할 수 있지.” 큰 소희가 외치자, 작은 소희가 화답한다. “언니 잘해, 동생 걱정 하지 말고.”

작은 소희(20·사진 오른쪽·한국체대1)는 체격도 작은데 가장 가벼운 46㎏급 경기에서 2회 연속 세계대회 우승을 노린다. 2년 전 경주대회에서 여자부 유일의 금메달을 땄다. 당시 10대 고교생 신분이었는데, 이번엔 대학생으로 나선다. 체력이 강해 ‘산소탱크’라 불리는 소희는 얼굴 내려찍기에 이은 뒤돌려차기가 강점. 충북 제천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세계대회 2연패를 해야 한다.

제천동중 1학년 때 체조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태권도에 입문한 소희는 경주 세계대회 8강전에서 손가락이 부러졌는데도 결승에 올라 1위를 한 ‘독종’이다. 고교 시절엔 모교의 마라톤 선수로도 뛴 작은 소희는 “세계 정상을 오래 지키기는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며 숨을 깊이 들이쉰다.

큰 소희(21·왼쪽·한국체대2)는 아직 세계 정상에 서지 못했다. 2011년 유니버시아드, 2012년 세계대학대회에서 각각 3위. 대학 선배인 큰 소희는 긴 발을 이용한 얼굴 돌려차기가 특기다. 시원한 발차기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큰 소희는 “물러서지 않는 당당한 발차기로 태권도의 진가를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둘은 ‘동명이인’이지만 ‘동명일인’일 정도로 사이가 각별하다. 이번 대회 국가대표로 뽑힌 뒤에는 “‘스카이 콩콩’ 선수는 되지 말자”고 약속했다. ‘스카이 콩콩’은 태권도 경기가 전자호구를 착용하며 득점제로 바뀌자, 적극적인 공격보다는 수비에 힘쓰며 점수를 따는 데 주력하는 것을 빗댄 말이다. 부정적인 이미지이다. 둘은 적극적인 공격으로 태권도의 참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은 포부가 있다.

작은 소희는 최경량급의 맞수들이 모두 체급을 올리면서 대회 금메달 후보 1순위가 됐다. 반면 큰 소희는 쉽지 않다. 57㎏급에는 런던올림픽에서 영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태권도 금메달을 딴 제이드 존스가 있다. 또 2년 전 세계대회 우승자인 중국의 허우위줘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큰 소희는 걱정하지 않는다. “얼굴 공격이 성공하면 큰 점수가 돼요. 제가 다리가 좀 길거든요.”

세대교체를 이룬 한국 태권도 대표팀은 남녀 8명씩 16명을 출전시켜 네개의 금메달과 종합우승을 노린다. 이번 대회에는 134개국 830명의 선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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