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로 봉사활동 싱가포르 수녀 린다 심
태권도로 봉사활동 싱가포르 수녀 린다 심
  • 김영숙
  • 승인 2013.11.02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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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로 봉사활동 싱가포르 수녀 린다 심

 
“태권도는 살아있는 명상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특별한 여행법입니다.”

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끝난 2013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린다 심(58)은 싱가포르 가톨릭 교회에 몸담고 있는 수녀다. 종교인, 그것도 여성이 격투기 국제대회에 나서기란 흔치 않은 일이라 그는 대회 내내 단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수녀와 태권도. 웬지 잘 어울려보이지 않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가 어떻게 ‘태권 수녀’가 됐는지, 태권도를 통해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지 금세 고개가 끄덕여졌다.
 

린다는 “몸을 단련하고, 인내하며, 세상을 향해 영혼을 여는 태권도는 그리스도를 향한 기도의 또다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태권도의 정신이 가톨릭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무도에 관심이 많았던 린다가 18살 때 집 근처 성당에서 태권도를 가르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게 ‘태권 수녀’가 된 계기가 됐다.

태권도에 푹 빠진 린다는 5년 뒤인 1978년 제2회 싱가포르 전국태권도선수권에 출전해 동메달을 차지했다. 특기를 살려 군대와 경찰에 지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싱가포르엔 여군이 없었고, 경찰에선 키와 몸무게 미달로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2년을 방황 속에 보낸 린다는 뜻밖에 수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태권도를 계속 할 수 있는 직업을 결국 찾지 못할 바에는 다른 이에게 헌신할 수 있는 삶을 살기로 했어요. 어릴 때부터 인생은 다른 이에게 보탬이 될 때 빛난다고 믿었거든요.”

수녀가 된 린다는 몇년 뒤 영국으로 떠나면서 태권도와 잠시 이별했으나 2006년 11월 싱가포르로 돌아오면서 다시 태권도와 인연을 맺었다.

“한 병원에서 혈액암과 뇌종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매주 토요일마다 태권도를 가르치게 됐어요. 병이 깊어 움직일 수도 없는 아이들에게 과연 효과가 있을지 걱정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의 걱정과 달리 태권도를 배운 아이들은 불치병을 이겨내는 기적을 이뤘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마지막 잎새’ 같았던 아이들은 도복을 입으면서 다시 힘을 얻었고, 마침내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태권도가 아이들을 낫게 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만 그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으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합니다. 한 아이는 튼튼한 몸으로 군인이 됐고, 또다른 아이는 싱가포르 태권도 대표로 뛰고 있습니다. 휠체어를 타던 한 아이는 목발을 짚고 일어서더니 이젠 아무런 도움없이 걷고 있죠.”

아이들의 기적은 린다에게 새로운 힘을 줬다. 겨루기가 아닌 품새로 세상과 교류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린다는 코리아오픈에 출전해 은메달 두 개를 목에 걸었다. 올해는 대회 마지막날 열린 여자 59세 이하 부문에 출전해 7.22점을 획득,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린다는 최근 매주 일요일 40대 이상 어른들에게도 태권도를 가르치며 봉사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보수적인 수녀들에게 여전히 린다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최근에는 그녀를 격려해주는 수녀들도 많이 늘었다. “저에게 전세계의 수녀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해줄 때 가장 행복합니다. 태권도와 종교가 같이 갈 수 있다는 증명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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