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OG, "아직도 생생한, 그때의 '첫곡'"
KDOG, "아직도 생생한, 그때의 '첫곡'"
  • 김한주
  • 승인 2014.03.26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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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OG, "아직도 생생한, 그때의 '첫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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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를 다니면서 홍대에서 랩까지 뱉는 열성적인 청년이 있다. 서로 매치가 안 되는 건축학도와 랩퍼간의 간극은 낮과 밤, 물과 기름, 알파와 오메가다. 현재 그는 여러 꿈을 가진 탓에, 요즘 유행곡인 '24시간이 모자라'다. KDOG(본명 박경일)은 낮에는 학교, 저녁에는 알바, 또 하나의 근거지인 홍대에서는 틈틈이 무대에 오르며 바쁜 생활을 견디고 있다. 특히, 공연을 선보일 때는 여느 모습과 달리 에너지가 제일로 넘친다.

한편, 그는 'KDOG'이란 예명으로 15곡의 믹스테잎을 냈다. 듣기로는 힙합씬에서 떠오르는 샛별이라고. 이 외에도 현재 그는 싱글 앨범 준비에 한창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여의도 근처에 위치한 어느 카페에서 24일 KDOG과 진솔한 얘기를 나눴다.

Q. 'KDOG'의 DOG가 눈에 띈다. 그 의미는 무엇?

"옛날 얘기를 잠깐 할게요. 고등학교 때 제가 유난히 달리기가 남들보다 빨라서 어느 별명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바로 '야생개'. (웃음) KDOG의 DOG를 상징하죠. 조금 거칠어 보일지 몰라도, 정작 제 곡에는 그런 원초적인 이미지 보다는 BPM이 차분하면서 달달한 느낌이 묻어납니다.

또한, KDOG의 K는 바로 '경일', 제 이름의 이니셜입니다. 중의적인 표현도 노렸어요. 그 속뜻은 KING OF KING의 K. 언젠가는 힙합씬의 중심에 서고 싶은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웃음)"

Q. KDOG에 대해서 말하자면?

"홍대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랩퍼, 'Ultima ratio'레이블 소속의 KDOG입니다. 본명은 박경일입니다. 현재까지 KDOG이란 예명으로 15곡 믹스테잎을 내며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삼육대학교 건축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무대와 캠퍼스를 오가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무대가 잡혀있는 날이면 마치 시간이 24분, 아니 24초 같아요."

KDOG(박경일)이 그의 엄마와 다정하게사진을 찍고 있다.


Q. 첫 작품으로 알려진 <슈퍼맘>이란 곡에는 어떤 사연이 있다고…

"어머니가 4년 전 쯤, 급성 백혈병으로 시한부 판명을 받았어요. 그 동안 부모님 속 꽤나 썩였던 게 마음에 내켜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엄마에,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특별한 곡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이거야 말로 진심이 담긴 선물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혼자 해내려니 막막한 거예요. 쥐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등학교 친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KDOG(본명 박경일)(왼쪽), Yella Diamond(본명 김영민)(오른쪽)


고등학교 친구 덕분에, '처녀곡' 탄생

Yella Diamond(본명 김영민)라고 고등학교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작곡에 재능이 있어 믹싱작업을 도와줬습니다. 저는 옆에서 작사를 했죠. 주로 엄마의 자는 모습을 지긋이 보며 영감을 얻었습니다. 몇날 몇일을 곡에만 몰두하다보니 어느덧 처녀곡(슈퍼맘)이 탄생했습니다. 엄마를 위한 마지막 선물이자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저를 힘들게 했어요. 일희일비가 교차하는 그런 묘한 순간이었죠.

제가 그 곡을 처음 들려준 사람은 당연 엄마였습니다. 아마 오전 12시 무렵, 엄마랑 점심을 같이 먹을 때였어요. 저는 제 곡(슈퍼맘)을 들려주기 위해 이어폰을 끼워드렸죠. 듣자마자 눈물을 흘리시는 엄마. 저는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이런, 저도 같이 막 슬퍼졌어요. 그리고 그때 노래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어요. 정확히 노래의 진정한 힘을 느꼈다고 할까요? 그건 바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노래는 곧 감동이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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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격적으로 랩퍼로서 활동한 시기는?

"이전에는 그냥 노래가 마냥 좋아서, 취미로 할 작정이었어요. 그런데 어떤한 사건을 겪고 나서 그 마음이 확 사라졌죠. 그 얘기를 지금 해드릴게요.

송희라는 고등학교 친구가 길가다 우연히 제 노래를 들었다며 저에게 연락을 해 왔어요.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죠. "그런 장난 칠거면 전화 끊는다"며 무시했어요. 말을 그렇게 했지만 내심 장난이 아니길 빌었죠. 몇 분 후, 그 친구는 거짓말쟁이로 굳어지기 싫었는지 저에게 증거 영상 하나를 보내더군요. 그 동영상 속에는 정말 <이놈>이란 제 노래가 흘러나오는 거예요.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아니 이건 무대에서 박수갈채를 받았을 때만큼 째지는 기분이었어요. 저는 그때의 광경을 지금까지 잊지 못해요. 그리고 결심했어요. 꼭 음악으로 성공할거라고."

Q. 특히 랩퍼들은 직접 작사를 하는 경우가 많던데, 힘들겠다

"기자들처럼 랩퍼들도 항상 메모장을 들고 다녀요. 좋은 글귀나, 라임을 적기 위함이죠. 어쩔 때는, 필 받아서 작사를 단시간에 끝마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고 평소의 필기습관과 꾸준한 생각, 그리고 고뇌를 수반합니다."

기자: 맞다, 보통 랩퍼들은 라임 노트를 하나씩 가지고 다니더라. 정확히 그게 뭔가?

"라임이라는 것은 '운문'을 뜻하는 말입니다. 서로 뜻은 다르지만 비슷한 발음이 나는 단어들을 나열해서 경쾌한 리듬감을 만드는 것이죠. 그렇다고 무작정 라임만 맞춰 끼우다보면 그 곡의 메시지가 손상되요. 그래서 라임 노트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좋은 가사들을 적어 놔야 해요. 그래야 언제든지 활용 가능하거든요. 데이터베이스라고 해야 되나? (웃음)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소유와 정기고가 부른 <썸>의 가사를 보면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기자: 속칭으로 라임킹이라고 하면 FANA와 P-Type이 떠오른다.

"네 저도 동의해요. 특히 FANA(김경환 분)의 <가면무도회>란 곡을 보면 라임과 촌철살인이 섞긴 기막힌 가사가 있어요. 알려드릴게요. '어서 저 서러운 서커스 속 오순도순 또 섞여 서로 속고 속여 봐'라는 대목은 정말 놀랍도록 조밀한 라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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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소 즐겨 듣는 곡이나, 좋아하는 랩퍼가 있다면?

"외국 가수 중에는 Drake를 좋아하고, 특히 <Worst Behavior>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흑인 특유의 제스처와 플로우를 느낄 수 있어요. 뮤비 속에 등장하는 노인과 아이는 제목 그대로 Worst Behavior를 보여주고 있죠. 3B(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중 아이를 등장시킨 것은 하나의 전략이었던 것 같아요."

기자: 한국 랩퍼로는?

"AOMG 레이블 소속 가수들을 대부분 좋아합니다. 특히, 박재범, 쌈디, 로꼬, Gray의 스타일이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요즘 대세잖아요. 최근에는 로꼬의 <감아>(작곡 Gray)라는 곡을 주로 듣고 있습니다. 리드미컬한 비트에 로꼬의 음색이 잘 묻어나서 더욱더 끌리는 곡입니다. 이 곡의 피처링으로 참여한 Crush의 후렴부분도 너무 좋습니다"

Q. 최근 힙합씬의 디스전(개코vsE-Sens)을 보면서 어떠했나?

"디스는 힙합의 한 부분이자 문화라고 생각해요. 서부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리고 Mnet <쇼미더머니>를 보면 아시겠지만, 태권도가 서로 대련하듯, 디스도 마찬가지로 서로 랩 실력을 겨루는 대련입니다. 심사위원에게는 참가자의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로도 사용되죠. 구지 디스가 나쁘다라는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잠깐 딴 얘기를 하자면, 여러분도 잘 아는 San E(본명 정산)는 버벌진트를 겨냥한 디스곡을 힙합플레이야(http://www.hiphopplaya.com/)라는 사이트에 올려서 당시 리스너들 사이에 큰 주목을 받았어요. JYP에 영입되는 등 디스곡의 덕을 톡톡히 봤죠. 현재는 브랜뉴뮤직에 소속된 걸로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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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공연한 것은?

"지난 1월, Ultima ratio 쇼케이스에 참여해서 5곡 정도를 불렀어요. 그중 T-sun과 같이 했던 NAS의 <Can`t Forget About You>를 리믹스 한 곡이 제일 반응이 뜨거웠어요. 관객 중에는 열성적으로 응원한 한분이 계셨는데, 언제 들었는지 제 이름을 마구 부르더군요. 그런 팬들의 반응은 무대를 더욱더 신나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입니다. 저 또한 그런 역동적인 무대가 즐거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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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음악 외에 취미생활을 가지고 있나?

"어렸을 때부터 축구, 농구 등 운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밖에 레고 조립, 프라모델 수집도 저의 취미입니다. 특히, 모형 만드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어요. 현재까지도 제 방에는 프라모델로 가득합니다. 또한 틈틈이 동네 친구들과 <주차금지>라는 조기축구회를 통해 주말마다 축구를 하고 있어요."

Q. 언더 뮤지션의 고뇌가 있다면?

"넉넉지 않은 생활고가 가장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재 영화관 알바와 공연 등으로 쌈짓돈을 벌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원래 꽃은 바람에 흔들리면서 피는 법이니까요. (애써 괜찮은 척 미소를 보인다)"

고뇌도 있지만 좋은 선배가수들과 작업할 기회도 생기고, 무엇보다 제가 좋아서 음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괴로움은 잠시뿐이죠. 항상 즐거움이 가득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Ultima ratio 팀원의 도움으로 작사·작곡을 하여 앨범 준비 중에 있습니다. 5월에 첫 싱글이 나오는데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컨셉은 아마 봄바람에 맞춰 싱그러운 곡이 나올 것 같습니다. 동시에 믹스테잎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5곡의 믹스테잎이 나왔어요. 대표적으로 <미안해>라는 곡으로 Jarry.k의 <미안해>를 리믹스 했습니다. 메시지는 제 주변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는 내용입니다. 제 곡을 듣고 싶으면 사운드 클라우드에 ParkKyungIl을 검색하시면 들을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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