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이방인', 갈수록 밋밋 어떻하나?
'닥터 이방인', 갈수록 밋밋 어떻하나?
  • 김한주
  • 승인 2014.06.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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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이방인', 갈수록 밋밋 어떻하나?


 

▲닥터 이방인 포스터,<사진=SBS>

닥터 이방인이 어느덧 10회까지 왔다. 1회, 2회의 화려한 액션신과 컷, 다시 컷으로 이어지며 빠른 전개를 보여준 덕분에 몰입도가 높았다. 북한 관료들을 피해 달아나는 박훈-한승희 탈출신은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또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메스로 환자의 살을 가르는 박훈(이종석 분)의 수술 장면과 정전상태에서 치러진 수술신은 신기에 가까웠다. 이렇듯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이 초반부에는 많았다.

첫 화의 인상이 너무 깊었던 탓일까. 극은 갈수록 밋밋해지기만 했다. 비슷한 메디컬 드라마였던 '골든타임'과 비교하면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즉, 골든타임에서는 환자의 치료 방법을 놓고 서로 티격태격하는 신, 아니면 수술 장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내레이션 같은 주인공의 적절한 해설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유지했다. 하지만 닥터 이방인은 이런 것들이 부족했다. 연신 수술하는 모습만 비춰줄 뿐, 별다른 대사가 없다.

또하나 결과에 따른 원인이 부실하다. 9회에서 펼쳐진 수술 대결에서 한재준은 승리를 위해서 수술을 했고 박훈은 아이를 살리기 위한 수술을 했다는 설정만으로 승패를 갈라놨다. 박훈이 그 대결에서 이긴 원인으로 보기엔 너무 개연성이 떨어진다. 극적인 쇼가 없는, 그렇다고 교묘한 신경전이 있는 것도 아닌 심심한 수술 장면이었다.

한편 수술 대결은 박훈이 죽느냐 사느냐 중차대한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승희의 역할이 부족했다. 오히려 박훈-오수현(강소라 분)의 비중을 높게 다뤘다. 선택과 집중의 실패다.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 하는 1회의 열렬한 추격신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병원 내에서 차진수가 박훈을 쫓는 장면이 그렇다. 박훈을 죽이려는 전략 따윈 없다. 그저 병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만나게 되고 총을 쏠 뿐이다. 단순한 액션이다. 1회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박훈이 탈출을 시도할 것을 알아차리고 미리 손을 써둔 차진수의 능수능란함. 그리고 대사관으로 향할 거라는 확신에 쫓는 그였다. 1회와 현재 사이에는 플롯의 괴리가 너무 크다. 잘 짜여진 스토리에 액션이 입혀져야 한다.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순애보적인 박훈의 사랑은 너무 지나치다. 한승희(진세연 분)가 송재희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박훈은 어떻게 된 거냐는 질문 하나 없다. 덤덤히 "너와 함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속삭일 뿐. 이렇듯 공감을 사지 못하는 말과 행동은 몰입을 방해하고 흥미를 떨어뜨린다.

인과관계를 밝히고, 과정을 보여주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수술 장면에는 색다른 아이디어로 양념을 버무려야 한다. 멋만 있는 액션신 또한 재미없다. 멋과 맛, 그 둘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첫회가 주었던 웰메이드 드라마일거란 닥터 이방인의 이미지. 이제 남은 회에서 어떻게 전열을 재정비하고 다시 긴장의 끈을 조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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