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닥터 이방인'..시청자 외면 '빅맨'에 추월허용
불친절한 '닥터 이방인'..시청자 외면 '빅맨'에 추월허용
  • 김한주
  • 승인 2014.06.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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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닥터 이방인'..시청자 외면 '빅맨'에 추월허용


'닥터이방인' 강렬한 첫 자극, 엉성한 스토리 시청자 외면해 

“횡설수설 무슨 소린지도 모를 글을 쓰면서 글의 미학을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일단 말이 되게 쓰라는 뜻이다. 각본도 마찬가지이다. 말이 되게, 공감을 살 수 있게 써야 한다. 엉성한 스토리에 배우의 연기와 영상미에만 의존하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단순한 눈요깃거리만 제공할뿐, 오랜 시간 기억되기 힘들다.

'닥터 이방인'의 첫 느낌은 강렬했다. 북한을 배경으로 한 박훈 (이종석 분)과 한승희 (진세연 분)의 연애장면은 풋풋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숨 막히는 추격신은 긴장감을, 터프한 액션신은 짜릿함을 주었다.

그러나 시각적인 자극은 오래가지 못한다. 제아무리 마음에 드는 배우가 출연해도 스토리가 영 아니면 시청자들은 도중에 채널을 옮기기 때문이다. 그동안 10%대 턱걸이로 만년 2위로 만족해야 했던 KBS2 ‘빅맨’은 종영을 앞두고 1위였던 SBS ‘닥터 이방인’을 추월했다. 17일 기준 빅맨은 12.6%, 닥터 이방인은 10.8%을 기록했다. 이렇듯 첫 화에서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더라도 이후에는 시청자를 붙잡을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스토리는 잘 짜여진 각본에서 나온다.



불친절한 '닥터 이방인' ...악역,캐릭터,상황에 대한 설명 부재 

지난 16일 방영된 '닥터이방인' 13회에서는 오준규(전국환 분)가 의료사고를 숨기기 위해 반대한 수술을 한재준(박해진 분)이 감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화면 구도도 한재준을 프레임 아래에 위치시켜 오준규의 권위적인 모습을 더욱 강조시켰다. 가뜩이나 이해안가는 오준규의 행동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런 캐릭터들이 문제다. 악역에 대한 최소한의 납득이라도 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삽입되어야 한다.

물론, tvN 드라마 ‘나인’에서는 최진철이라는 막무가내 악역이 등장했다. 병원장이 되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이유 따윈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도 그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결코 주인공에게 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돋보여 부차적인 이유 따윈 궁금하지 않았다.

모든 행동을 이해시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멍청한 악당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명우 의료재단 이사장이 의료사고 하나를 가지고 어떻게든 입막음 하려는 시도들이 그렇다. 침소봉대 하면 그나마 극을 이어갈 수는 있겠으나, 매끄러운 전개는 힘들다.

아울러 문형욱(최정우 분)은 코믹 연기를 넘어 병맛의 경지에 올라섰다. 무작정 웃길려다 보니 캐릭터가 과장된 것이다. 환자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방긋 웃는 장면은 되려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또한 오수현(강소라 분)과 한재준은 크게 다퉜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살가운 대화를 나눈다. '언제 화해를 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중요한 과정을 생략하다니, 갈수록 난감할 뿐이다.

이쯤되면 시청자들에게 불친절한 드라마 그이상 그이하도 아닌 상황이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악행,너무 과장된 캐릭터, 앞뒤가 맞지 않은 상황 등은 시청자들을 설득하기 힘들다.

'닥터 이방인'의 남은 과제 ...따로 노는 스토리와 플롯 정비해야

스토리와 플롯은 서로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스토리는 단순한 사실만을 서술한 것이고 플롯은 유기적 연관성을 갖도록 서술한다. 예를 들면 ‘왕이 죽었다. 왕비도 따라 죽었다’는 스토리다. ‘왕이 죽으니까 왕비도 슬퍼서 따라 죽었다’는 플롯이다. 스토리와 플롯이 적절히 배합될 때 논리 정연해지고, 극을 이해하기 쉽고, 몰입하게 만든다.

'닥터 이방인'은 이제 후반부로 향하고 있다. 앞으로 스토리와 플롯을 잘 배합해 시청자들을 다시 브라운관앞으로 끌어들일지가 '닥터 이방인'의 남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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