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런던올림픽] ⑪ 레슬링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런던올림픽] ⑪ 레슬링
  • 양원호
  • 승인 2012.07.17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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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런던올림픽] ⑪ 레슬링

인간의 원초적인 힘을 겨루는 레슬링은 고대 올림픽의 5종 경기 중 하나다. 근대올림픽에서도 1회 대회부터 채택된 유서 깊은 종목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그레코로만형, 자유형 각 7체급, 여자 자유형 4체급 경기가 열려 총 1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1회 대회부터 정식 종목에 포함된 그레코로만형은 팔과 상체만 이용해 겨루는 고대 올림픽의 경기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자유형은 발을 포함해 몸 전체를 사용하는 종목으로 1904년 제3회 대회부터 도입됐다.

여성에게 늦게 문호를 개방한 편이라 여자 자유형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와서야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레슬링 경기는 8월 5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그레코로만형부터 시작해 8~9일 여자 자유형, 10~12일에는 남자 자유형 순으로 진행된다.

◇손질된 규정..체력이 관건 = 올림픽에 '상업화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레슬링은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그레코로만형에 대해 '재미없는 스포츠'라는 지적이 일고 퇴출론까지 나오자 적극적인 공격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차례 규정을 손질했다.

경기를 3전2승제의 세트 방식으로 바꿔 승부가 뒤집힐 여지를 키우고, 파테르 자세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점수를 더 쉽게 낼 수 있도록 했다.

자유형에서는 2분간의 한 세트가 끝날 때까지 점수가 나지 않으면 30초의 추가시간 동안 파테르 경기로 승부를 가린다.

그레코로만형에서는 1분30초가 지날 때까지 0-0으로 비기고 있으면 파테르 자세로 30초간 경기한다.

파테르는 상대를 잡고 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얻을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여기서 점수를 내지 못하면 수비 선수가 1점을 얻게 되므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1라운드에서는 홍코너 선수가 파테르 공격권을 갖고 2라운드에서는 반대로 청코너가 공격한다.

3라운드에 파테르가 열릴 때는 경기 전체를 통틀어 1점이라도 더 따낸 선수가 공격자가 된다.

국제레슬링연맹(FILA)은 준결승까지 열리는 토너먼트 경기의 중간 휴식 시간을 줄여 더욱 빠르게 일정이 진행되도록 경기 운영에서도 변화를 주고 있다.

이 밖에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대에게 1점을 더 주기 때문에 코치진의 빠른 판단도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이런 변화가 '체력전'으로 수렴된다는 것이 한국 레슬링 대표팀의 분석이다.

여러 경기를 치르면서도 덜 지치도록 지구력을 기르고 짧은 중간 휴식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회복력을 높이려면 강한 체력이 필수적이다.

또 2~3세트에서 지치지 않고 상대와 맞붙을 수 있어야 역전패를 피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체격과 힘이 좋은 중동·유럽 선수들에 비해 그라운드 기술에서 약점을 보이는 만큼 스탠딩 자세에서 미리 점수를 따 놓은 뒤 끝까지 버틸 수 있어야 승산이 커진다.

◇한국 선수들, 러시아·이란 강호 넘어야 금메달 기대 = 레슬링은 한국 스포츠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전통의 효자 종목이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양정모가 자유형 62㎏급 금메달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 대회까지 매번 1~2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32년 만에 '노골드' 수모를 당한 것을 기점으로 한국 레슬링은 긴 침체에 빠졌다.

한국 레슬링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올해 1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 명예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워낙 쟁쟁한 경쟁자가 많은 탓에 장밋빛 전망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60㎏급에 출전하는 맏형 정지현(삼성생명), 55㎏급 최규진(조폐공사), 66㎏급 김현우(삼성생명) 등 '그레코로만형 삼총사'의 어깨에 기대를 건다.

정지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스타로 풍부한 경험이 장점이지만 스물아홉의 나이로 인한 체력 부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규진과 김현우는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참패 이후 세대교체를 통해 한국 레슬링이 발굴한 기대주다.

예전처럼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잡을 수 있는 상대를 놓치곤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메달 색깔을 바꾸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들이 8년 만에 금맥을 뚫으려면 러시아와 이란의 강호들을 넘어야 한다. 러시아는 2008년 올림픽에서만 6개의 금메달을 따낸 전통의 강자다.

아시아 레슬링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은 특히 경량급에서 걸출한 선수들이 많아 한국 선수들과 '외나무다리 결투'를 벌이게 됐다.

그레코로만형 55㎏급에서는 하미드 수리한 레이한푸르(이란)와 베칸 만키예프(러시아)가 주요 경쟁자로 꼽히고, 60㎏급에서는 오미드 하지 노루지(이란)와 자우르 쿠라마고메도프(러시아)가 두려운 상대다.

66㎏급에 나서는 김현우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사에이드 모라드(이란)를 조심해야 한다. 이 경쟁자들은 대부분 우리 선수보다 키가 크고 팔이 긴 편이다. 그라운드 기술도 좋아 신중한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

한국은 여자 자유형에서도 첫 메달이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48㎏급의 김형주(28·창원시청)와 55㎏급 엄지은(25·중구청)이 출전하는데 아시아의 강호 일본이 최대 난적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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