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 민란의 시대' 클라이맥스에서 떨어지는 긴장감
'군도: 민란의 시대' 클라이맥스에서 떨어지는 긴장감
  • 김한주
  • 승인 2014.07.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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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민란의 시대' 클라이맥스에서 떨어지는 긴장감


영화 ‘군도’는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횡행하던 조선 철종 시대를 조망한다. 세상은 풍양 조씨와 안동 김씨가 주도하고, 삼정의 문란으로 백성들은 착취당한다. 극 중에도 백성들을 못 살게 구는 악역이 등장한다. 벼슬아치는 아니지만, 탁월한 장사치 조윤(강동원). 그는 쌀을 빌려주고, 곱절로 받는 수완을 보여준다. 이에 힘없는 백성의 편이 되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의적떼 ‘군도’가 등장한다. 조윤(강동원)과 군도의 피 튀기는 싸움이 전개되며, 화려한 액션을 수놓는다.

‘군도’는 하정우, 강동원, 마동석 등 스타급 배우를 출연시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범죄와의 전쟁’을 만든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사실도 이를 부추겼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걸까. 아무쪼록 눈만 즐거운 영화였다.

이 영화의 장점은, 세련된 영상과 화려한 액션, 그리고 관객을 웃길 줄 안다는 것이다. 도치(하정우)의 엉뚱한 행동을 편집으로 웃음을 유발할 줄도 알았고, 마동석(천보 역) 특유의 옴므파탈적인 이미지를 걷고, 천보라는 캐릭터에 천연덕스러운 코믹연기를 녹여내기도 했다. 이렇듯 초반부는 흥밋거리가 많았다. 문제는 점점 극이 진행되면서, 조윤(강동원)과 ‘군도’의 싸움이 너무 단순하다는 것이다. 맥스무비 이지혜 기자는 스토리, 비주얼, 연출, 연기 중에 스토리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또한 김현민 영화 저널리스트도 스토리에 가장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조윤과 ‘군도’의 한판 싸움은 이 영화의 절정단계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요 적기다. 초반부의 모든 장면들은 이 클라이맥스로 향하기 위한 준비단계였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이 시점에 무언가 확 터뜨렸어야 하는데, 그것이 빈약했다. 말하자면, 박진감 넘치는 장치들이 부족했고, 조윤(강동원)을 처치하기 위한 ‘군도’의 계획에 대한 언질이 없었다. 옹기종기 모여서 사건을 모의하고, 역할을 분담하고, 함정을 파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볼 수 없었다. 여행보다 여행 준비가 더 재밌다는 말도 있듯이, 폭풍전야의 이야기도 스크린에 꺼내놓는 게 좋지 않을까.

물론, ‘군도’가 의금부로 위장을 해서 조윤(강동원)에게 접근했다는 설정은 좋았다. 조윤이 의금부 병사들의 면면을 보고, 뭔가 의심쩍은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 또 대호(이성민)가 자신의 정체가 탈로날 수도 있는 말실수를 하는 장면에서 서로가 속고 속이는 전략시뮬레이션을 기대했다. 그러나 감독은 ‘천재’라는 수식어로 조윤을 설명해 놓고, 그의 비장한 머리는 이용하지 않고, 몸만 사용했다. 조윤이 ‘군도’의 계획을 미리 간파하고, 이에 맞서는 양상으로 전개됐다면, 스토리에 대한 비판은 조금이나마 덜 받았을 것이다.

조금 과장을 섞자면, 윤 감독은 ‘군도’를 ‘옹박’처럼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시간가는 줄은 몰랐지만, 액션영화에 액션만 기대하는 관객은 없지 않은가. 오션스 시리즈와 같은 케이퍼 무비의 치밀한 계획에 액션이 덧입혀져야 했다. 특히나 의적떼 ‘군도’는 게릴라전이 아니고서야, 전면전에서 승기를 잡기 어려우므로, 액션에만 집중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스릴러 형식을 빌렸어야 했고,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우는 범죄 영화의 전개를 따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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